2015년 8월 30일 일요일

필립최의 바카라7

-딜링박스 태웅-


경훈은 지난번에 필립 최가 프로는 운을 얘기하지 않는 법이라고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였다. 나는 운과는 상관없이 항상 이기는 길을 연구하는 데 오랜 세월을 보냈소.

역시 깜짝 놀랄 만한 대답이 필립 최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전에도 필립 최가 도박에서 이기는 힘이란 게 있다고는 말했지만,

이처럼 운과 상관없이 항상 이기는 길을 연구했다

고 하자 경훈은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그래서요? 과연 그런 길이 있습니까?

그렇소.

필립 최의 대답이 묵직하게 경훈의 귀를 눌렀다.

경훈의 머릿속에 불현듯 케렌스키가 떠올랐다.

케렌스키라면 이 대답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 생각하면서 필립 최에게 물었다.

케렌스키 변호사님도 깊은 연구를 하셨다

는데 왜 실패했을까요? 미스터 케렌스키,

보통 사람이 아니었지.

그는 처음에는 도박을 철저히 수학적으로 파악하려 들었소.

사실 수학자나 과학자들이 가장 도박에 약한 사람들이오.

늘 그들이 제일 먼저 잃지. 그들은 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무한한 수양의 세계로 깊이 들어갈 수가 없소.

도박을 보면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서양인들은 대체로 공격적이고 도전적이오.

참고 기다리는 수양의 단계를 넘어 참선으로까지 들어가는

정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지.

진정한 힘이란 바로 그 기다리고 참는 것에 있는데 말이오.

못 참으면 도박은 끝이오.

케렌스키는 오래지 않아 수학의 세계를 넘어 이 정의 세계를 깨달았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기는 길에 이르는 원리는 파악했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실패했지.

철저히 자기를 비워야 하는데 그게 안 된 거요.

자기를 버려야 하오.

자존심을 버리고 자기가 이룬 것을 버려야 하오.

또한 성품이 선량해야 하오.

착하지 않으면 역시 이길 수 없으니까.

최 선생님은 마치 도인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비슷할 거요.

도인만큼이나 도박사도 정신 세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니까.

도박에서는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요.

아니오, 도박에서는 그것이 가장 어렵소.

예를 들어 절에서 10년 이상 도를 닦은 승려의 방에 천하절색의 미녀가 매일

들어온다고 합시다.

승려는 이성으로는 그 미녀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실제로는 아마 파계하고 말거요.

도박에서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그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지.

그러니 도박에서 항상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오.

말을 마친 필립 최는 홈 바에서 술과 얼음을 꺼내 온더록스를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경훈이 술잔을 넘겨받으며 물었다.

최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작게 지고 크게 이기지. 감정을 조절하면서.

도박에는 운이라는 것이 따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개의 도박사들은 소위 이 끗발을 중시하는 게 아닌가요?

한두 번 끗발이 붙을 수는 있겠지.

그러나 그런 것은 모두 궁극적인 패배를 앞당기는 현혹에 불과하오.

경훈은 필립 최의 철학이 매우 견고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터득한 철학은 인류의 스승들이 제시했던 삶의 원칙과 다를 바 없었다.

경훈은 『장자』에 나오는 소 잡는 사람의 얘기를 떠올렸다.

하찮은 직업이지만 소를 잡는 것도 한 가지만

성심성의로 하다 보면 나중에는 칼이 힘줄이나 뼈 사이사이로

빠져다녀 칼을 갈지 않고도 순식간에 소 한 마리를 잡는다고 했다.

매일 승부를 하면서도 그 좁고 좁은 승패의 갈림길 사이를 빠져다니는

필립 최 역시 어느 정도는 도인의 경지에 올라 있는 듯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실전 게임에 별로 도움이 되질 않거나 동조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보이네요ㅠ
그냥 소설이다 생각하시고 가볍게 읽으세요^^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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