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0일 일요일

필립최의 바카라2

-딜링박스 태웅-

필립 최의 얘기는 다분히 철학적이었다.

경훈은 만약 이 사람의 말이 맞다면,

케렌스키가 비록 천재적 머리를 가졌다 하더라도

도박에서 이기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가지 조건은 단순히 외적?내적 조건뿐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으로서는 갖추기가 불가능한 경지의 것들이었다.

경훈은 이렇듯 합리적이고 철학적으로 도박을 이해하고 있는

필립 최에게 차츰 호감이 갔다.

최 선생님은 그 네 가지 조건을 다 갖추고 계십니까?

경훈이 웃으며 묻자 필립 최도 미소를 지었다.

그 네 가지 조건은 겨우 출발에 불과하오.

또 있습니까?

그렇소. 그 다음 단계인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하오.

자신과의 싸움이라구요?

욕망과의 싸움이지. …`….

더욱 어려운 얘기였다.

누가 욕망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수도사나 고승에게조차 쉽지 않은 일인데요.

필립 최는 고개를 들어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유난히 하얀 피부 위에 건너편 엑스캘리버 카지노에서

내쏘는 파란 네온 불빛이 비쳐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는 손등으로 잔 수염이 나 있는 턱을 문질렀다.

도박에서 이기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크게 깨달은 수도사나 고승이 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오.

바늘 끝만한 실수도 바로 파멸이나 죽음으로 이어지니까.

도박이란 운이 좋아 이기는 게 아닙니까?

흔히 처음 하는 사람이 딴다고 하잖아요.

처음 하는 사람은 기술이 좋을 리 없으니까

운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 않습니까?

프로는 운을 얘기하지 않는 법이오.

필립 최의 대답은 간단했다.

경훈은 그의 수준이 이미 도인에 못지않다는 것을

간파했다.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는 법이다.

경훈은 케렌스키가 이런 필립 최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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